‘선행 디자인’ 수출로 연 34억 매출액 ‘다담’의 성공 비결
다담디자인은 제품을 먼저 디자인하고 제조업체에 제시하는 ‘선행 디자인’으로 성공한 업체다. 지멘스 필립스 등 외국의 유
명 가전업체들이 다담의 디자인을 쓰는 주요 고객들이다. 정우형 사장(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
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중국 아모이소닉사는 2000년 휴대전화 사업에 진출한 뒤 2002년‘A8’ 단일모델을 1000만 대 팔아일약 중국 내 업계 5위로 뛰어올랐다.이 회사는 곧바로 후속모델 ‘A6’를 선보여 고도의 디자인 능력을중국 소비자에게 과시했다.아모이소닉이 사업 초기 잇달아 선보인 7, 8개 휴대전화 모델디자인은 한국 디자인 회사 다담디자인어소시에이트의 작품이다.1992년 설립된 다담디자인은2000년 이후 중국에 디자인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4억원 중 20여억 원을 외국에서 벌어들였다.디자인업체로는 드물게 제품디자인을 먼저 해 제조업체에 제시하는 ‘선행 디자인’으로 디자인수출시장을 선점했다.
디자인을 상품화한다
다담디자인 정우형(45) 사장은2000년 11월 휴대전화 모델 12개를 들고 중국시장 개척에 나섰다.
직접 제조업체를 공략하는 대신 호텔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설계 도면을 제시하는 것이아니라 ‘디자인을 입힌’ 제품 모델을 전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정 사장은 “내년에 중국에서 다담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전자제품만 14개가량 선보일 예정”이라며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노트북컴퓨터, 모니터, 소형가전 등 디자인 제품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다담의 성공에는 제품을 먼저디자인해 제조업체에 제시하는‘선행 디자인’이 큰 몫을 했다. 제조업체가 디자인 업체에 상품 디자인을 주문하는 관행을 깬 역발상이 주효한 것이다.
정 사장은 “디자인을 수출하려면 1, 2년 뒤에 히트할 상품 디자인을 미리 만들어 제시할 수 있는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은 업체라도 뭉치면 ‘큰 힘’다담디자인은 디자이너의 머릿속에서 형성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현재 제품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제품기획, 금형설계, 샘플모델 제작 등 상품화에 필요한 ‘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품화 전략은 다담마이크로시스템, 다담모델링 등 6곳의 전문업체로 구성된 협의체를통해 구체화된다. 각각 독립적인업체이지만 디자인이라는 우산아래 회사이름을 같이 쓰고 있다. 다담은 이제부터 중소업체에‘디자인 경영’ 컨설팅까지 할 계획이다. 디자인한 제품의 마케팅과 생산 공정까지 참여하겠다는것이다. 현재 국내 중소 골프용품제조업체와 손잡고 ‘디자인 실험’을 하고 있다.
국내 디자인 환경 아직은 척박다담디자인의 디자인 수출 가격은 건당 평균 3억 원으로 국내판매가격(평균 3000만 원)에 비해 10배 비싸다.정 사장은 “지금도 디자인을하청업체에 맡기는 용역 정도로여기는 대기업이 적지 않다”며“필립스와 지멘스 제품은 디자인하지만, 국내 대기업과는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거래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그는 “선진국에서는 교통사고다발지역을 개선할 때도 디자이너를 참여시킨다”며 “디자인의적용범위가 정책이나 사회로 넓어질 때 생활이 윤택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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