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디자인코리아 .. 주목받는 싱크탱크
[한경비즈니스 2005-04-24 23:51]
불모지서 디자인 강국 키운 ‘프런티어’
세계가 놀란 ‘디자인코리아’의 파워는 어디서 나왔을까. 선봉장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디자인연구소다. 여기에다 기업과 손잡고 일선에서 디자인에 참가한 일류 디자인하우스도 적잖은 공을 세웠다. 아울러 ‘디자인이 국력’이라며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선 디자인혁신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도 세계수준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다. 중소기업의 경우 변변한 디자인실을 갖춘 곳이 드물다. 그렇다고 전문디자인회사를 이용할 만큼 디자인을 중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미래는 밝다. ‘디자인코리아’의 성장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은 저가의 대명사였다. 품질은 물론 디자인도 조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휴대전화나 디지털가전 등의 디자인은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 ‘코리안 디자인’의 동력인 디자인 싱크탱크를 소개한다.
기업연구소
디자인은 기술개발 투자에 비해 19배의 효과를 창출하는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예전과 달리 디자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도 수준 차이가 뚜렷하다. 영국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디자인 투자는 2.6%다. 하지만 우리는 0.34%에 그치고 있다. 디자이너를 보유한 기업도 영국은 39%이나 우리나라 기업은 17%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 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자체적으로 디자인연구소를 두고 세계수준에 근접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팬택&큐리텔 등은 세계를 무대로 펄펄 날고 있다. 삼성전자의 디자인센터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미국 산업디자인협회(IDAS)와 <비즈니스위크>지가 주관하는 IDEA 디자인상에서 최근 5년간 19개 제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뿐이 아니다. 국내 최다인 총 9,700건의 디자인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
올 들어서도 삼성전자 디자인센터에는 희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5 CES’에서 13개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어 3월 초 독일에서 개최된 세빗에서 ‘iF 디자인상 2005’에서 12개를 받으며 콧대 높은 유럽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일명 ‘이건희폰’으로 불리며 세계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 팔린 휴대전화도 이곳에서 디자인됐다.
삼성전자가 디자인에 역점은 둔 것은 ‘21세기 기업경영의 최후 승부처가 디자인’이라는 이회장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이회장은 96년에 ‘디자인 혁명의 해’를 선포하며 ‘디자인 우선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지성 디지털미디어부문 사장이 전사 디자인을 총괄하는 CDO(Chief Design Officer)를 맡고 있다. 단순히 상품에 대한 디자인 개발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컬러, 소재 및 뉴비즈니스 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디자인연구소를 지향하고 있다.
또 글로벌 디자인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이탈리아 등에 디자인연구소를 두고 있다. 디자이너는 약 450명.
LG전자는 99년 ‘디지털 LG’를 선포하면서 디자인의 핵심역량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제품별 전문화를 위해 디스플레이, 생활가전, 정보통신 디자인연구소를 별도로 두고 있다. 미래생활과 신상품의 제안을 담당하는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연간 600~700개의 신제품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if디자인상’의 단골 수상기업이다. 국내에서도 93년부터 2003년까지 우수산업디자인(굿디자인) 상품전에서 7차례나 대통령상을 받았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뉴저지,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연구소 등 세계 5개 지역에 디자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중 밀라노 디자인연구소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곳은 최근 선보인 스포츠카 스타일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40여종의 신제품 디자인을 개발하는 등 세계 휴대전화시장의 교두보로 육성되고 있다.LG전자는 오는 2007년 디자인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디자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2007년 글로벌 톱 디자인’ 비전을 선포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근무인력은 380여명. 연간 예산은 430억원 정도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최근 몇 년 새 디자인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투싼’으로 일본 산업디자인진흥회가 주는 ‘굿디자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모스크바 국제모터쇼에서 대상을 받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3년 11월 디자인연구소를 통합했다. 340여명이 일하는 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7대의 차량을 동시에 품평할 수 있는 직경 40m 정도의 원형 글라스룸으로 구성된 자연광 실내 품평장을 갖추고 있다. 또 해외 현지시장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미국 LA의 북미 디자인연구소, 독일 뤼셀스하임의 유럽디자인연구소, 일본 지바의 디자인스튜디오 등 해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팬택&큐리텔은 디자인 덕을 톡톡히 봤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국내 디자인상을 모조리 휩쓸며 LG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 회사 디자인실에는 휴대전화 디자이너가 90명 가량 된다. 이들이 연간 만들어내는 휴대전화 디자인은 200여개다.이외에도 쌍용자동차, GM대우, CJ, LG생활건강, 태평양, 퍼시스, 엠피오 등의 디자인실 실력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8년 설립된 쌍용차의 디자인센터는 무쏘, 렉스턴, 로디우스 같은 국내 지프차 디자인을 선도해 온 곳이다. 담당임원인 이명학 상무와 70여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다.
디자인전문회사
디자인 하나만을 판매하는 디자인 전문기업 설립은 편집디자인회사들이 시발점이 됐다. 지난 76년 설립된 대통기획, 홍디자인 등이 대표적 기업들이다.
이후 디자인회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나 한때 1,200여개에 달했다. 하지만 오랜 경기침체로 지금은 약 1,000개 정도로 줄었다. 이중 제품디자인업체들은 170여개로 추산된다.
디자인하우스의 대다수는 영세하기 그지없다. ‘2002센서스’에 따르면 자본금 1억원 미만의 기업이 33.4%, 1억~2억원이 64%로 살림살이가 열악했다. 매출액도 10억원 이상이 14.2%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3억원 미만이 54.7%로 절반 이상이다. 산업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매년 우수 디자인회사를 뽑아 공개한다. 올 초 선정한 ‘2005 톱 디자인전문회사’ 20개사의 매출액을 보면 업계의 어려움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곳은 5개사에 불과했다. 한상혁 퓨전디자인 실장은 “10명 이상의 순수 디자이너를 보유한 기업을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어디든지 예외는 있다. 이노디자인, 다담디자인, 모토디자인, 퓨전디자인 등 몇몇 업체들은 해외시장을 뚫으며 명성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이노디자인이다. 레인콤의 MP3 제품인 ‘아이리버’ 디자인으로 세계시장에 명성을 떨쳤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 한국에 지사를 두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다.
다담디자인은 독일 지멘스와 중국 아모이소닉 등에 GSM 휴대전화 디자인을 수출, 매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중국 아모이소닉에 수출한 휴대전화는 2년간 무려 800여만대가 팔리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팅크웨어의 내비게이션 전용단말기인 ‘아이나비1020’의 디자인을 맡아 출시 한달 만에 1만여대를 판 것도 화제를 모았다. 모토디자인은 중국 대륙ㆍ대만ㆍ홍콩 등 중화권 시장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소텍, 레노보, 마이텍 등의 업체에 20여종의 휴대전화 디자인을 공급했다. 이들 디자인을 채택한 휴대전화는 현지에서 30만∼50만대 가량 꾸준히 판매되며 모토디자인을 업계 선두권으로 올려놓았다.
퓨전디자인은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삼성전자의 일부 휴대전화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다. 20여명의 디자이너가 연간 30여 품목의 유무선 전화기를 디자인하고 있다.
디자인혁신센터
정부의 디자인 정책을 총괄하는 싱크탱크는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다. 지난 70년 설립된 KIDP는 조사연구, 중소기업지원, 지자체 디자인개발 컨설팅, 우수디자이너 발굴ㆍ육성 등의 일을 한다. KIDP의 신사옥인 코리아디자인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디자인정보자료실, 디자인인큐베이터, 디자인컨벤션홀 등 선진국 수준의 디자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부는 KIDP를 중심으로 전국 15개 대학과 전문기관에 디자인혁신센터(DIC)를 두고 있다. 디자인업체, 중소기업, 대학이 서로 협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지역별로 특화돼 있다. 예를 들어보자. 전북대에서 주관하는 디자인가치혁신센터의 경우 50여개 지역 중소기업에 장비 및 기술지원 등을 했다. 강원대학교의 지식정보혁신센터는 지역 내 농축수산품 브랜드화 사업, 문화관광상품개발 등 중소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 적잖은 성과를 냈다.
이외에도 서울대의 디자인산업연구센터, 디자인전문회사협회의 디자인실용화센터, 산업정책연구원의 브랜드경영연구원, 세종대의 디지털영상디자인기술 지원센터 등이 민간 싱크탱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jun@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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