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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디자인, 첨단 기술에 ‘옷’ 입히다
전자신문 IT/과학|2007-03-06
엇비슷한 가격, 엇비슷한 기능의 신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기능과 가격으로만 제품을 홍보하던 때는 이미 지났다. 전문가들은 차별화 요소로 디자인을 꼽는다. 그러나 예쁘기만 한 제품은 성공하기 힘들다. 예쁘면서 쓰기도 편해야 좋은 디자인으로 평가받고 잘 팔린다. 이성과 감성을 함께 건드려야 한다는 뜻이다.

애플이 지난 98년에 출시한 일체형 컴퓨터 아이맥이 좋은 예다. 당시만 하더라도 속이 훤하게 비치는 색색의 투명 케이스는 컴퓨터 디자인의 혁명으로 불릴 만큼 대담한 것이었다. 일체형으로 만들어 복잡한 연결선을 줄이고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것을 장점으로 평가받았던 아이맥은 1년 동안 2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쓰러져가던 애플을 되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성과 감성을 함께 건드린 아이맥의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으로 이어진 셈이다.

예전 레인콤이 아이리버 신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 역시 디자인의 역할이 컸다. 측면 삼각형 디자인을 가진 아이리버 프리즘아이는 당시 사각형 일색이었던 MP3 플레이어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을 강조하는 한편 편의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었다. 특히 아이리버 H10은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CES 기조연설에 들고 나와 “디지털라이프 시대를 여는 제품”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이후 레인콤은 전 세계 MP3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스카이 휴대폰도 디자인 차별화 전략으로 재미를 독특히 본 브랜드다. SK텔레콤의 자회사였던 SK텔레텍 시절, 스카이 휴대폰은 국내 최초 착탈식 카메라와 초록색 배경, 슬라이드 방식 디자인 등 당시로써는 획기적 디자인을 차례로 선보이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아왔다. 당시에는 SK텔레콤의 시장 독점 논란으로 인해 한해 제조할 수 있는 물량이 120만대에 불과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터여서 디자인 요소로 인한 인기와 함께 희소가치도 높았다는 것이 대리점 측의 설명이다. 스카이는 최근 예전 IM-2100의 디자인 컨셉을 이어받은 메탈폰 IM-U170를 내놓고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듯 히트 상품의 면면의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기술과 그에 맞는 디자인을 갖춘 것. 물론 이런 상품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가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그것을 실제 적용하기가 힘들 때도 있다. 기술과 디자인은 맞아 떨어져야 한다. 보다 얇게 만들기 위해선 제품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의 크기나 액정이 얇아져야 하는데 현재 기술력으로 그것이 실현될 수 없다면 만들어지기 힘들다.

제품 디자인 전문 업체 다담디자인의 정우형 사장은 애플의 디자인보다는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력을 칭찬한다. “애플 제품을 살펴보면 쓰는 사람을 위해 고민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디자인을 한 순간에 이뤄낸, 그런 것은 아니죠.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지만, 그것을 실천하느냐 안하냐의 차이가 바로 지금의 애플을 만든 것 같아요.”

정 사장은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다면 디자이너가 총괄 책임자를 설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도끼폰’으로 유명한 크레신의 LMX-E601 이어폰은 기획 당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를 보여줬을 때 고객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과연 이 도끼 같은 디자인이 고급스러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냥 막대기 같은 디자인이었어요. 그러나 그 전에 보지 못했던 획기적인 디자인이라는 점과 울림통이라는 기능적인 면을 결합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근본적인 고민도 있다. 제품 덩치는 작아지는데 기능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버튼 배치와 기능 연동에 디자인 초점이 맞춰졌다면 소형화·다기능화가 이뤄진 요즘에는 많은 기능을 빨리빨리 수행하는 인터페이스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담디자인이 디자인한 코원 D2는 눈으로 보면서 많은 기능을 빨리빨리 수행할 수 있도록 터치 방식을 적용했다. 기술적인 부분과 디자인적 부분을 맞추기 위해 고민도 했다. 이어폰 안테나를 적용하기 위해, 책상 위에 세워놓고 DMB를 보는 사용자 편의를 위해 수차례 회의를 거쳤다.
제품 디자인만 전문적으로 하다보면 기술적인 부분은 당연히 꿰고 있음에도 가끔은 무식한 게 잘 통할 때도 있다. 제품 디자이너들은 “소비자는 항상 기대치가 있는데 이런 기대치를 파악하고 디자인에 반영하는 작업이 성공의 요소”라며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워도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무식함’도 가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품을 디자인 할 때는 보통 3~4명이 달라붙는다. 아이디어는 다양할수록 좋다. 아이디어가 많으면 이를 좁혀가면서 시각화하고 구체화한다. 디자인에 걸리는 시간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4~6주가 걸린다. 빠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요즘 제품의 특성을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야근과 밤새기는 기본.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담당 디자이너들은 아예 회사에 눌러 앉는다. 기술 관심도가 높아야 하는 탓인지 일이 힘들어서인지는 모르지만 8:2 비율로 여자보다 남자 제품 디자이너가 많단다.

정 사장은 잘 된 디자인이란 ‘앞서가면서도 편히 쓸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이런 잘 된 디자인의 제품은 앞서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매출로 이어지면 금상첨화. 지극히 상업적인 시각이지만 어쨌건 잘 된 디자인은 눈길을 끌고 많이 팔릴 수밖에 없다.

한주엽 기자 powerusr@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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