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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미지와 환상 / 다니엘 부어스틴
한국일보/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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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네 아기 너무 예쁘게 생겼구나!” “실물은 아무것도 아냐. 얘. 우리 애 사진을 보면 넌 더 놀랄걸?” “너 옴니북(Omnibook) 읽어 봤니? 대여섯 권의 책이 한 권에 요약되어 있어. 책 대여섯 권을 단 하룻밤에읽을 수 있다구!” “그건 아무것도 아냐. 영화 한 편은 단 1시간 반 만에책 몇 권을 보는 셈인 줄 아니?”미국 역사학자 부어스틴은 이 우스갯소리를 통해 우리가 지금 본말이 전도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20세기는 실물보다 이미지가 중요하고, 진본 보다 모사나 축약이 대접 받는 세상이다. 악서는 양서를 구축하고, 이상(理想)은 설 자리를 잃는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온통 공허함으로가득 차 있다. 대화가 우습기만 한 게 아니라 씁쓸한 이유가 있다.

이 책(원제 ‘Image’)은 인물 중심의 서구 지성사인 ‘창조자들’ ‘탐구자들’ 시리즈로 국내에도 알려진 부어스틴의 대표 저서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서 TV나 영화가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할 때인 1962년에 초판이 나왔지만, 사례나 그 이면 분석이 40년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탁월하고 예리하다. 책 한 장 한 장이 바로 지금 한국의 모습이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일이다.

‘언론 자유는 이제 인위적으로 만든 뉴스라는 상품을 팔기 위해 기자들이갖는 특권을 점잖게 표현한 말에 불과하다.’ 부어스틴이 말하려는 건 무엇이 일어났고,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대로 보도하는 진짜 뉴스가 점차보도자료의 형태로 미리 제공된 뉴스로 대체되는 현실이다. 정치인들처럼그런 자료를 통해 가짜 이미지를 유포하려는 사람들, 경쟁중인 기자들,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언론 기업이 뒤섞여 가짜 사건은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어진다.20세기 초반 10여년 동안 유명인의 전기 분석에 따르면 유명인의 74%는 정계, 재계, 전문직 종사자였다. 하지만 1922년 이후 절반 이상을 연예인들이 차지했고, 그 명단에서 순수예술계 인사의 수는 점차 감소했다. 최근까지 전체 유명인 중 점유 비율이 항상 증가하고 있는 것은 스포츠계와 나이트클럽 출신 연예인들이다.스타 시스템은 출판시장도 마찬가지다. 베스트셀러는 사람들이 책을 안읽는 시간에 생각하는 것을 반영하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감각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가 과거가 되는 순간 바로 잊혀지는 책이다.

부어스틴은 이런 전도된 사회의 배후에 ‘그래픽 혁명’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1830년대 전신기가 발명되고 통신사가 등장하고 인쇄와 현상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사람, 풍경, 사건을 인쇄된 이미지로 만들고 보관하고 전달하고 배포하는 기술이 급격히 진보했다.

그 혁명은 1928년 라디오로 정치 집회가 미국 전역에 최초로 중계되고, 10여 년 뒤 텔레비전이 상업화하고, 이어 컬러TV가 나오면서 더욱 진전됐다. ‘미국인들은 환상이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세상, 그리고 이미지가 실체보다 더 위엄을 갖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가짜 사건의 애매모호함을 즐겁고 환상적인 경험으로 여기고 있으며 인위적인 현실을 사실로 믿음으로써 위안 받고 있다.’부어스틴이 지나치게 정통을 추구하는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가짜 사건을 만들어 내는 언론의 속성을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것 역시 언론이라는 아이러니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본질이 아니라 이미지나 가짜에 만족하며, 온통 그것을 추구하며 산다는지적과 그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들고 있는 갖가지 사례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공들인 번역 때문에 청소년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도 예리한사회ㆍ대중문화 비평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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